명필름사옥

혜화동 주택가 막다른 골목의 끝에 위치한 1970년대 2층 주택을 개조하고 증축해서 사옥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한 영화사가 제안했다. 

작은 방들로 이루어진 주택을 영화사의 기능으로 적절하게 연결하는 문제와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한 건물로서의 단아함을 유지하고 영화사라는 정체성을 드러내는 일견 서로 모순되어 보이는 프로그램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다. 이 영화사는 JSA, 섬, 조용한 가족, 와이키키 브라더스 등의 자기 색깔이 뚜렷한 작품들을 제작한 명필름이었다.

영화사 프로젝트가 오래된 기억 하나를 들춰내 주었다. 초등학교 때 빈 창고 안에서 운동장 풍경이 열쇠 구멍을 통해 들어와 벽에 비추어지는 모습을 발견한 경험이 있었다. 나는 친구들과 번갈아 가며 이소룡 흉내를 냈고 그 광경은 열쇠 구멍을 통해서 흰 벽면에 투사되었다. 이것은 우리들의 최초의 동영상이었다!

이 현상은 어두운 방“Camera Obscura”이라 불리며 바깥세상이 작은 구멍을 통해서 어두운 상자 속 뒷면에 영상을 맺게 되는 카메라의 기본 원리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한참 후 나이가 들어서였다.

영화사와 최초의 카메라 Camera Obscura의 적용은 이 프로젝트의 기본 개념이 되기에 적절해 보였다.

이 박스 형태의 건물의 전면은 조리개의 역할을 하는 유리창, 칼라 아크릴, 불투명 판의 세 겹으로 이루어져 있다. 불투명판은 빛의 양을 조절할 수 있도록 움직일 수 있고 원색의 칼라 아크릴판은 다양한 색깔을 만들어 영화사의 정체성을 표현한다. 영화가 필름에 각인된 이미지가 빛이 통과하면서 화면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처럼 이 색색의 아크릴 판은 낮에는 빛이 투과되어 내부를 변화시켜주고 밤에는 내부의 빛이 외부로 비춤으로써 영화사의 역할을 은유한다. 유리창은 빛을 통과시키고 비, 바람, 소음을 막아준다.

과거의 흔적은 단지 내부의 지나치게 많은 방들의 존재만으로 드러날 뿐 외관은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한 박스 형태와 외장재로써 타일, 갈바 위 도장 그리고 인조대리석 물갈기 등의 사용은 이 건물이 서울의 오래된 주택가에 스며들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연도 : 2001

위치 : 서울시 종로구 혜화동

용도 : 사옥

대지면적 : 570㎡

건축면적 : 310㎡

연면적 : 495㎡

구조 : 철근콘크리트조, 철골조

외부마감 : 아연도금 강판 위 도장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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