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 근생
정릉은 서울에서도 개발이 늦어진 몇 안 되는 지역 중 하나이다. 배후가 북한산으로 막혀있는 지형적 특성이 그 큰 이유 중 하나일 테고, 통과 교통조차 지역적 고립을 상징하는 것처럼 지상과 분리된 고가도로가(내부순환도로) 지나가고 있다.
대부분 마찬가지겠지만 정릉이라는 지역의 근생건물은 맥시멈의 임대면적 혹은 가능한 최대치의 임대수익을 목표로 하여 최소의 비용을 투자하는 것을 그 특성으로 하고 있다. 건물의 성격은 간판으로 대체되고, 각층의 임대수익 차이만이 의식되지 않는 건축적 표현의 가능성으로 남아있다. 따라서 이러한 근생건물의 설계 또한 지역의 상업적 경제활동의 관습적 분석과 예측을 ‘박스 건물’ 형태에 계단을 어떻게 배치할까라는 의도에 의해 쉽게(혹은 예민하게) 결정된다. 이런 종류의 일들에서 건축적 시도는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딜레마를 건축가에게 제공한다.
‘박스’를 훼손 혹은 변형시키려는 모든 의도는 근생건물이 가지는 근본적 존재 명제 “최소의 공사비용으로 최대의 임대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정면으로 부정할 때만이 가능하다.
계획된 건물은 도로변에 면한 4층짜리 박스 건물과 건물 뒤에 위치한 옥외 계단실로 이루어져 있다. 건물을 경계로 해서 도로 쪽 전면과 건물 후면은 다른 도시적 상황을 지니고 있다. 도로와 후면의 주택가가 도로변을 따라 나열된 근생건물들을 경계로 해서 공존하고 있다.
계획된 건물은 이러한 인식으로부터 출발한다. 도로변에 면한 근생의 논리에 속한 박스 건물과 주택가의 영향을 받은 망으로 싸인 옥외 계단실 박스 두 가지가 도로를 따라서 접해 있다. 근생의 논리는 최대한 도로에 오픈을 확보한 1층과 카페나 미장원 등이 가능한 2층 그리고 학원이나 사무실 용도를 위한 반복적 패턴의 개구부를 가진 3층, 용적률 제한에 의해 생겨난 중정이 있는 4층으로 이루어진 박스 건물과 계단의 조형성을 드러낸 후면의 계단실이 주택가에 속해있다. 이 건물을 사용할 사람들은 도로의 소음과 번잡함에 접한 공간에서 상주하고 동시에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주택가의 환경을 순간순간 인식하게 된다.
도로에 면한 근생 박스는 근생에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재료들 알루미늄 복합 패널, 디럭스 타일, 미장 위 도장, 텍스 천정이 사용되었고 주택가에 면한 계단실은 콩자갈, 외장용 타일, 금속망이 사용됐다.
결과적으로 건물은 양쪽 진입도로로 인해서 일반 근생건물과는 다르게 오브제 같은 성격을 갖고 있다. 비례와 외장재에 의해서 생겨난 금속 박스의 이미지는 두 가지 톤을 사용한 외장재로 인해서 시간대를 달리하며 미묘한 차이를 만들어 준다. 이런 오브제적 효과는 이 근생건물을 주변의 건물들과 차별화시키고 궁극적으로는 건물의 상업적인 인지도를 강화시켜준다.
연도 : 2006
위치 : 서울시 성북구 정릉동
용도 : 상업시설
대지면적 : 197.2㎡
건축면적 : 115.63㎡
연면적 : 385.77㎡
구조 :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 알루미늄 복합패널
사진 : 김태오